사이드 프로젝트 시작하는 법 — 직장 다니면서 내 것 만들기 시작한 직장인의 현실적인 첫걸음
회사 다니면서 "내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는가? 퇴근하고 침대에 누워 유튜브 보다가, 아니면 월요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문득 그런 게 스친다. 이게 내 인생의 전부인가, 나는 이걸 원해서 하는 건가.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그런 질문에서였다.
나는 5년 차 직장인이다. 마케팅 팀에서 일하고, 야근도 종종 있고, 주말엔 그냥 쉬고 싶은 평범한 사람. 그런 내가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8개월이 지났다. 완성해서 내보낸 건 아직 딱 하나지만, 그 과정에서 배운 게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이 글은 그 이야기다.
1. 사이드 프로젝트가 부업과 다른 점 — 왜 시작하고 싶었나
처음엔 부업이랑 뭐가 다른지 솔직히 잘 몰랐다. 그냥 돈 더 버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막상 시작하고 나니까 그 차이가 피부로 느껴졌다.
부업은 시간을 팔아서 돈을 버는 방식이다. 배달, 설문조사, 프리랜서 단건 작업 같은 것들. 나쁜 건 아니다. 빠르게 수입이 생기고 시작이 쉽다. 근데 그게 다다.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안 굴러간다. 쉬면 수입이 멈추는 구조.
사이드 프로젝트는 좀 다르다. 처음엔 수입이 없다. 아예. 근데 내가 만든 뭔가가 존재하기 시작한다. 글이든, 코드든, 콘텐츠든. 그게 쌓이면 언젠가 내 대신 일해주는 자산이 될 수도 있다. 대부분은 그냥 사라지지만, 그 과정 자체가 배움이고, 이력서가 되고, 자신감이 된다.
내가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싶었던 이유는 솔직히 돈보다 '내 것'에 대한 갈증이었다. 회사 일은 아무리 잘해도 결국 회사 것이다. 내 이름이 붙은 뭔가를 만들고 싶다는 그 감각. 거기서 시작했다.
2. 직장 다니면서 시간 내는 현실적인 방법
"시간이 없어서요." 제일 많이 듣는 말이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퇴근하면 저녁 7시, 밥 먹고 씻으면 9시, 뭔가 하려고 앉으면 10시. 그 상태로 집중해서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내가 찾은 방법은 시간을 만드는 게 아니라 틈새에 끼워 넣는 것이었다.
출퇴근 시간이 생각보다 쏠쏠하다. 지하철로 편도 40분이면 왕복 80분이다. 나는 이 시간에 메모 앱에 아이디어를 정리하거나, 참고할 콘텐츠를 읽거나, 간단한 기획을 텍스트로 적는다. 손가락으로 할 수 있는 것들 위주로.
점심시간도 있다. 밥 먹고 남은 20분을 카페나 사무실 한 구석에서 쓴다. 코딩처럼 깊은 집중이 필요한 건 어렵지만, 구조 짜기, 다음 할 일 정리, 짧은 글쓰기 정도는 충분하다.
새벽 1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진 않는다. 나는 저녁형이라 밤 11시 이후에 오히려 집중이 잘 됐다. 아침형이라면 출근 전 1시간도 된다. 어떤 형이든 결국은 가장 방해받지 않는 1시간을 찾는 게 핵심이다.
처음에 매일 3시간 이상 하려다가 2주 만에 번아웃이 왔다. 지금은 주중 1~2시간, 주말 2~3시간으로 맞춰두었다. 꾸준함이 총량을 이긴다는 걸 그때 배웠다.
3. 아이디어 고르는 기준 — 잘할 수 있는 것 vs 하고 싶은 것
사이드 프로젝트 시작에서 가장 오래 걸리는 단계가 아마 이거일 거다. 뭘 할 건지 정하는 것. 나는 노션에 아이디어를 50개 넘게 적어놓고 3개월을 그냥 흘려보낸 적이 있다.
"잘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다들 흔들린다. 거기에 돈이 되는 것까지 따지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내가 결국 쓰게 된 기준은 단순했다. 3개월 동안 아무 수입 없이도 계속할 수 있는가?
잘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의 교집합을 찾으라는 말,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근데 교집합이 없으면 어떡하냐. 그냥 "하고 싶은 것"에서 시작하는 게 낫다. 이유는 단순하다. 못 하는 것도 하다 보면 늘지만, 하기 싫은 걸 오래 하기는 너무 힘들다.
단, 범위는 작게 잡아야 한다. "영어 교육 플랫폼"이 아니라 "직장인 영어 발음 교정 콘텐츠", "운동 앱"이 아니라 "오피스워커 5분 스트레칭 루틴 영상". 작아야 시작이 가능하다.
4. 처음 3개월 — 완성보다 시작이 중요한 이유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 중에 "아직 준비 중"이라는 말을 6개월 넘게 하는 사람이 꽤 있다. 나도 그랬다. 완벽하게 준비하고 시작하고 싶었다. 근데 완벽한 준비 같은 건 없더라.
처음 3개월의 목표는 딱 하나여야 한다. 뭔가를 밖에 꺼내놓는 것.
블로그라면 글 5개, 유튜브라면 영상 3개, 사이드 앱이라면 아무리 조잡해도 동작하는 버전 하나. 그게 다다. 이 기간에 완성도를 높이려고 하면 대부분 포기하게 된다.
왜 그럴까. 준비에 오래 시간을 쓸수록, 그게 실패했을 때 심리적 타격이 커진다. 자연스럽게 꺼내놓기를 미루게 된다. 결국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반대로 일단 꺼내놓으면 피드백이 생긴다. 읽히든 안 읽히든, 보이든 안 보이든, 그 자체로 정보가 된다. "이건 사람들이 관심 없구나", "생각보다 반응이 오네"처럼. 그 정보가 다음 행동을 만들고, 다음 행동이 모멘텀이 된다.
처음 3개월은 완성도가 아니라 반복 횟수를 쌓는 기간이다.
5. 혼자 하기 vs 같이 하기 — 뭐가 더 오래 가는가
이건 사람마다 다르다. 근데 내 경험과 주변을 보면 패턴이 있었다.
혼자 하면 방향 전환이 자유롭다. 아이디어가 바뀌거나 관심사가 이동하면 그냥 바꾸면 된다. 설명할 필요도, 눈치 볼 필요도 없다. 다만 동기 부여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버팀목이 없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으니까.
같이 하면 초반 동기가 훨씬 강하다. 서로 체크하고 독려하다 보니 혼자보다 오래 간다. 근데 한 명이 지치거나 방향이 갈리면 팀 자체가 흔들린다.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팀 붕괴는 꽤 흔한 이야기다.
내가 추천하는 건 "느슨한 동행"이다. 같이 만드는 게 아니라, 서로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동반자를 두는 것. 카카오톡 단톡방이든 노션 공유 페이지든, 주 1회 "이번 주에 이만큼 했다"를 말할 수 있는 사람 한두 명이 있으면 혼자보다 훨씬 오래 간다.
6. 도구 세팅 — 최소한으로 시작하는 법
도구를 너무 많이 세팅하는 것도 함정이다. 노션, 피그마, 깃허브, 슬랙, 트렐로… 이것저것 깔다가 정작 본 작업은 못 하게 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
초기에 필요한 건 세 가지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글 쓰는 곳. 마크다운 에디터든, 구글 독스든, 네이버 블로그든 상관없다. 생각을 적고 꺼내놓을 수 있으면 그만이다.
할 일 관리. 노션 테이블, 구글 스프레드시트, 심지어 메모 앱도 된다. 오늘 할 것, 이번 주 할 것이 한눈에 보이면 충분하다.
결과물을 쌓는 곳. 블로그, 유튜브 채널, 깃허브 레포지토리 등 외부에서 보이는 공간 하나. 이게 있어야 "꺼내놓는다"는 행위가 가능해진다.
더 필요해지면 그때 추가하면 된다. 처음부터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추려는 건 본 작업을 회피하는 심리와 이어질 때가 많다.
7. 포기하고 싶을 때 다시 잡는 방법
솔직히 말하면 나는 두 번 포기하려고 했다. 한 번은 한 달째 아무 반응이 없었을 때, 또 한 번은 야근이 3주 연속으로 이어져서 완전히 리듬이 끊겼을 때.
두 번 다 다시 잡을 수 있었던 건 결국 진입 장벽을 극단적으로 낮추는 방법이었다.
리듬이 끊기면 다시 시작할 때 심리적 장벽이 생긴다. 그 장벽을 없애는 가장 빠른 방법은 최소한의 행동을 하는 것이다. 블로그라면 글 한 문단만 쓰기. 코딩이라면 파일만 열어두기. 그냥 앉아서 10분만 있기. 이렇게 허들을 낮추면 대부분 그 이상을 하게 된다. 그 10분이 1시간이 되기도 한다.
두 번째 방법은 처음에 왜 시작했는지를 다시 꺼내보는 것이다. 그때 적어둔 메모나 노션 페이지를 다시 열어보면 의외로 다시 하고 싶다는 마음이 살아난다. 원점으로 돌아가는 게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세 번째는 아주 작게 "완성"을 경험하는 것이다. 큰 프로젝트가 막혀 있다면, 주변에 있는 작은 것 하나를 완성시켜라. 그 성취감이 다음 동기가 된다. 완성의 맛을 한 번 알면 계속하게 된다.
8. 실제로 시작하고 달라진 것들
8개월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들이 있다.
가장 큰 건 회사 일을 보는 시각이 바뀌었다는 거다. 예전엔 업무에서 뭔가를 배워도 그냥 회사 것이었다. 지금은 "이걸 사이드 프로젝트에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자동으로 붙는다. 마케팅 캠페인을 기획하면서 배운 것, 데이터 분석하면서 보게 된 인사이트. 그런 것들이 연결되기 시작했다.
실패를 빠르게 소화하게 됐다는 것도 변화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실패가 잦다. 반응이 없고, 막히고, 예상이 틀린다. 그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실패 = 끝"이 아니라 "실패 = 정보"로 받아들이는 게 조금씩 익숙해졌다.
그리고 이야깃거리가 생겼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다. 뭘 만들어요? 어떻게 시작했어요? 그런 대화가 생겼고, 예상치 못한 연결로 이어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퇴근 후 시간이 달라졌다. 전엔 퇴근하면 지쳐서 그냥 누웠다. 지금도 지치긴 하는데, 적어도 "오늘 뭔가 했다"는 감각이 있는 날이 생겼다. 하루를 내 것으로 썼다는 느낌. 그게 생각보다 크다.
사이드 프로젝트 시작은 거창하게 할 필요가 없다. 오늘 저녁 30분, 아이디어 하나를 텍스트로 적어보는 것에서 시작해도 된다. 그게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