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구독 서비스 정리한 날 — 넷플릭스·유튜브프리미엄·쿠팡플레이 다 합치니 얼마였나
1. 어느 날 통장 내역 보다가 눈에 띈 것들
그날도 별생각 없이 은행 앱을 열었다. 잔액 확인하고 닫으려다가 손가락이 멈췄다. 출금 내역 화면을 위아래로 스크롤하는데 뭔가 이상했다. 한 달 사이에 나간 돈인데, 쇼핑을 딱히 한 기억이 없는데 왜 이렇게 줄어있지?
자세히 들여다보니 보이더라. 14,900원. 13,500원. 7,900원. 5,500원. 날짜가 다 달랐다. 한꺼번에 나간 게 아니라 하루 이틀 간격으로 조금씩 빠져나가 있었다. 뭉쳐서 보면 확 티가 나는데 이렇게 분산돼 있으면 그냥 지나치게 된다.
나는 구독 서비스가 그렇게 많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넷플릭스 하나, 유튜브 프리미엄 하나 정도는 다들 쓰니까 나도 그냥 쓰는 거고, 나머지는 뭐 저렴하니까 하는 거고. 근데 막상 다 더해보니 숫자가 생각보다 컸다.
그날 저녁, 각각 언제 결제되는지 정리하면서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이거 다 필요한 건가? 얼마나 쓰고 있는 건가? 어떤 게 남길 만한 가치가 있는 건가?
2. 내가 구독 중이던 서비스 전체 목록 + 실제 금액
적어보니까 이렇게 됐다.
| 서비스 | 금액 (월) | 결제일 | 비고 |
|---|---|---|---|
| 넷플릭스 스탠다드 | 13,500원 | 매월 12일 | 광고 포함 플랜 |
| 유튜브 프리미엄 | 14,900원 | 매월 3일 | 가족 플랜 아님 |
| 쿠팡플레이 (로켓와우 포함) | 7,890원 | 매월 22일 | 쿠팡 쇼핑도 포함 |
| 왓챠 | 7,900원 | 매월 15일 | 거의 안 씀 |
| 밀리의서재 | 9,900원 | 매월 8일 | 전자책 구독 |
| 클래스101 | 11,900원 | 매월 20일 | 클래스 1개 듣다가 방치 |
| 애플 아이클라우드 50GB | 1,200원 | 매월 1일 | 폰 사진 백업용 |
| 합계 | 67,190원 |
월 67,190원. 연으로 환산하면 806,280원이다. 80만원이 넘는 돈이 구독 서비스에만 나가고 있었다.
처음엔 별로 안 많다고 생각했는데, 연간 금액을 보고 나서 달라졌다. 80만원이면 여행 한 번 갈 수 있는 돈이다. 비상금 통장에 쟁여둘 수도 있고.
이 목록을 다 훑어보면서 솔직하게 자문해봤다. 각각의 서비스를 나는 제대로 쓰고 있나?
3. 각 서비스 솔직 평가 — 쓰는 만큼 값어치 하나
넷플릭스 스탠다드 (13,500원)
쓴다. 주말에는 확실히 켠다. 시리즈 하나 정주행할 때 한 달에 두세 편 보고, 영화도 주 1~2편 본다. 콘텐츠 자체는 여전히 좋다. 다만 13,500원짜리 광고 포함 플랜은 예상보다 광고가 자주 나온다. 그래도 콘텐츠 소비량 기준으로는 값어치 한다고 봤다.
판정: 유지
유튜브 프리미엄 (14,900원)
이게 제일 애매했다. 유튜브는 매일 본다. 출퇴근 중에도, 밥 먹으면서도, 자기 전에도. 근데 이게 프리미엄 없으면 못 살 정도냐 하면 솔직히 아니다. 광고가 좀 성가시긴 해도 못 볼 건 아니다. 14,900원은 넷플릭스보다 비싼데, 사실 광고 제거 + 백그라운드 재생이 핵심이다.
백그라운드 재생은 진짜 쓴다. 폰 꺼도 유튜브 틀어놓고 운동하거나 이동할 때. 이걸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판정: 보류 (가족 플랜 전환 검토)
쿠팡플레이 / 로켓와우 (7,890원)
쿠팡은 쇼핑을 하기 때문에 와우 회원권 없으면 배송비가 계속 나간다. 월 7,890원이지만 배송비 아끼는 걸 감안하면 쇼핑만으로도 본전 뽑는다. 쿠팡플레이는 스포츠 중계가 있어서 가끔 보는데 주력은 아니다.
판정: 유지 (쿠팡 쇼핑 때문에 어쩔 수 없음)
왓챠 (7,900원)
이게 문제였다. 마지막으로 왓챠에서 뭔가 봤던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난다. 로그인 기록을 보니까 두 달 전이 마지막이었다. 왓챠 오리지널 보겠다고 가입했던 건데, 그 시리즈 다 보고 나서 그냥 방치해뒀다. 7,900원이면 작아 보이지만 안 쓰는 데 내는 돈은 다 낭비다.
판정: 해지
밀리의서재 (9,900원)
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밀리에서 완독한 게 올해 두 권이다. 9,900원에 두 권이면 권당 4,950원. 웬만한 전자책이 5,000원~1만원 사이니까 사 읽는 것과 거의 차이가 없다. 한 달에 한 권 이상 읽으면 본전인데, 그게 안 됐다.
판정: 해지 (다음 달부터)
클래스101 (11,900원)
이건 좀 아팠다. 수채화 클래스가 재밌겠다 싶어서 가입했는데 5강까지 보고 멈췄다. 해지를 미루다가 4개월을 냈다. 47,600원이다. 그 강의 낱개로 샀으면 29,000원이었을 텐데.
판정: 해지
애플 아이클라우드 50GB (1,200원)
유지한다. 1,200원에 폰 사진 백업되고 아이패드랑 연동되는데 포기할 이유가 없다.
판정: 유지
4. 해지한 것 vs 유지한 것 — 기준이 뭐였냐
정리하면서 내가 세운 기준은 세 가지였다.
첫째, 지난 한 달에 실제로 켰냐
단순하지만 제일 중요한 기준이었다. 왓챠처럼 두 달 동안 한 번도 안 켰으면 필요하지 않은 거다. 안 쓰는 서비스에 돈을 계속 내는 건 '혹시 나중에 쓸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심리 때문이다. 그 심리가 돈 낭비의 주범이다.
둘째, 대체 가능한가
넷플릭스 없으면 뭘 보냐 싶지만, 유튜브 프리미엄 있으면 유튜브 콘텐츠로 상당 부분 대체된다. 밀리 없으면 전자책 못 읽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리디에서 낱권 구매하면 된다. 클래스101도 해당 강의 낱건 구매가 더 쌌다. 대체 수단이 있으면 굳이 구독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셋째, 지금 처음 보는 서비스라면 가입하겠냐
이 질문이 꽤 유효했다. 이미 구독 중인 상태에선 '해지하기 귀찮다'는 관성이 작동한다. 반면 "지금 처음 보는 서비스인데 가입할 거야?"라고 물으면, 왓챠는 아니라고 했을 것 같다. 클래스101도 마찬가지다. 관성이 아니라 실제 필요로 판단하는 방식이다.
해지: 왓챠, 밀리의서재, 클래스101
유지: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아이클라우드
보류: 유튜브 프리미엄 (가족 플랜 전환 검토)
5. 정리 후 한 달 결과
해지한 서비스 세 개의 월 비용은 29,700원이다. 연간으로 따지면 356,400원.
결론부터 말하면, 딱히 불편하지 않았다.
왓챠는 아예 생각이 안 났다. 밀리의서재는 초반 이틀은 좀 아쉬웠는데, 리디에서 읽고 싶은 책 낱권 사서 읽으니까 오히려 더 집중해서 읽게 됐다. 구독이 있으면 '언제든 읽을 수 있다'는 심리가 지금 당장 읽겠다는 동기를 떨어뜨리는 것 같다.
클래스101도 마찬가지였다. 해지하고 나서 수채화 강의를 유튜브에서 찾아봤는데 공짜로 볼 수 있는 것도 꽤 됐다. 취미 입문 수준이라면 굳이 유료 구독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은 일단 유지했다. 가족 플랜으로 전환하면 29,900원을 여러 명이 나눠 낼 수 있다. 3명이면 월 약 9,967원이니까 혼자 14,900원 내는 것보다 훨씬 낫다. 가족 중 쓰는 사람이 있으면 같이 묶는 걸 권한다.
한 달 절약 금액: 29,700원
연간 절약 기대치: 356,400원
숫자 자체보다 '이렇게나 쓰고 있었구나'를 알게 된 게 더 컸다. 한 번 정리하고 나니까 앞으로 새 구독 가입할 때도 더 신중하게 생각하게 됐다.
6. 구독 다이어트할 때 쓸 수 있는 체크리스트
직접 해보면서 만든 체크리스트다.
현황 파악
- 은행·카드 앱에서 최근 3개월 자동결제 내역 뽑기
- 서비스 이름 + 금액 + 결제일 한 곳에 적기
- 연간 비용으로 환산해보기 (월 금액 × 12)
서비스별 판단
- 지난 한 달 안에 실제로 켰나?
- 못 켠 이유가 있었나 — 바빠서인지, 쓸 게 없어서인지
- 이 서비스 없으면 실생활에서 뭔가 불편해지나?
- 지금 처음 보는 서비스라면 가입하겠나?
- 더 싼 대안이 있나? (낱건 구매, 가족 플랜, 무료 버전 등)
실행
- 확실히 안 쓰는 것 먼저 해지
- 애매한 것은 한 달 더 두고 재판단
- 가족 플랜 전환 가능한 것 확인
- 결제일 달력에 메모 (모르면 까먹음)
유지 관리
- 3개월에 한 번씩 다시 검토
- 새 구독 가입할 때 기존 것 하나 정리하는 원칙 세우기
- 무료 체험 신청할 때 해지 날짜 달력에 미리 적기
한 번쯤은 해볼 만하다
구독 서비스 정리가 거창한 일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실제로는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은행 앱 열고 내역 쭉 보고 쓰는지 안 쓰는지 판단하는 게 전부다.
작은 금액들이 여러 개 모여서 생각보다 큰 돈이 된다. 한 달 67,190원이 연간 80만원을 넘는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나니, 이 돈을 다른 데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히 안 쓰는 서비스는 바로 해지하고, 가끔 쓰는 건 가족 플랜이나 낱건 구매로 바꿔보는 게 가장 현실적이다. 한 번만 정리해두면 이후로 훨씬 합리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오늘 은행 앱 한 번 열어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