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습관 만들기 — 1년에 책 12권 읽는 직장인의 현실적인 방법

독서 습관 만들기

독서 습관 만들기 — 1년에 책 12권 읽는 직장인의 현실적인 방법

1. 책 읽겠다고 결심만 하다 한 해가 지나간 이유

매년 1월이면 다이어리 첫 페이지에 이렇게 써 놨다.
"올해는 책 50권 읽기."

결과는? 12월에 책장 보면 읽다 만 책 세 권, 뜯지도 않은 책 두 권.
그것도 다 상반기에 산 거였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책이랑 안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집에 오면 피곤하고, 유튜브 한 편 보다 보면 자정이고, 주말엔 밀린 잠 자야 하고. 독서할 시간이 어디 있냐고.

근데 사실 문제는 시간이 아니었다.
문제는 목표 설정 방식이었다.

50권이라는 숫자는 내 현실이랑 너무 멀었다. 처음 두 달 안에 페이스가 밀리면 그냥 포기하게 된다. "어차피 못 채우잖아"라는 생각이 들면 읽던 것도 손에 안 잡힌다. 실패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독서 자체에 대해 심리적 거리감이 생겼다.

바뀐 건 딱 하나였다. 목표를 1년 12권으로 낮춘 것.

2. 1년 12권의 의미 — 완독이 아니라 지속이 목표

1년 12권이면 한 달에 한 권이다. 300페이지 책 기준으로 하루에 10페이지면 된다.
10페이지 읽는 데 걸리는 시간? 15~20분 정도.

처음 이걸 계산했을 때 솔직히 좀 허무했다. "이게 뭐야, 너무 쉬운 거 아냐?"
근데 이게 맞는 방향이었다.

완독보다 중요한 건 지속이다.
매달 책 한 권을 끝내는 경험이 쌓이면 "나는 책을 읽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생긴다. 그 정체성이 생기고 나서부터 책이 손에 잡힌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제임스 클리어가 말하는 것도 결국 이거다. 목표를 줄이는 게 아니라, 작은 행동을 반복해서 정체성을 바꾸는 것. 나는 이 책 읽으면서 독서 목표를 12권으로 낮췄고, 결국 그 해에 14권을 읽었다.

3. 독서 시간 찾는 법 — 출퇴근, 점심, 취침 전 10분

"시간이 없어서 못 읽는다"는 말은 반만 맞다.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독서에 쓸 시간을 따로 배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직장인이 실제로 쓸 수 있는 시간은 세 군데다.

① 출퇴근길
지하철이나 버스 타는 직장인이라면 이미 독서 시간이 있는 거다. 핸드폰 대신 책 한 권 들고 타면 된다. 왕복 40분이면 하루 20페이지씩 읽을 수 있다.

② 점심시간
밥 먹고 남는 10~15분. 핸드폰 들여다보는 대신 책을 펼쳐 보자. 처음엔 집중이 안 될 수도 있는데, 일주일만 해 보면 익숙해진다. 오히려 점심 후 잠깐 독서가 오후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는 느낌도 있었다.

③ 취침 전 10분
이게 제일 효과가 좋았다. 자기 전에 핸드폰 보는 습관을 책으로 바꾸면 수면의 질도 올라간다. 딱 10분만 읽겠다고 시작하면, 재미있을 땐 30분이 훌쩍 지나가 있다.

이 세 가지를 다 안 해도 된다. 하나만 골라서 2주만 유지해 보자.

4. 책 고르는 기준 — 재미 없으면 바꿔도 된다

독서를 못 하게 만드는 또 다른 함정이 있다. 바로 '이 책을 끝내야 한다'는 의무감.

책은 학교 교재가 아니다. 재미없으면 덮어도 되고, 중간에 다른 책으로 넘어가도 된다. 이걸 인정하고 나서부터 독서가 훨씬 가벼워졌다.

책 고르는 기준은 간단하다.

  • 서점에서 직접 고를 때: 첫 페이지나 목차 하나를 읽어 본다. 10분 안에 "더 읽고 싶다"는 느낌이 안 오면 패스.
  • 남이 추천한 책: 추천 이유를 들어 보고 내 상황에 맞는지 판단한다. "남들 다 읽었다"는 이유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 장르 다양하게: 자기계발서만 읽으면 금방 질린다. 소설, 에세이, 과학책 등을 섞으면 훨씬 오래 지속된다.

《원씽》도 좋은 책이지만, 읽기 전에 "지금 내가 이 고민을 하고 있는 시점인가?"를 먼저 물어봐야 한다. 타이밍이 안 맞으면 같은 책도 다르게 읽힌다.

5. 읽은 내용이 남지 않는 문제 — 메모 없이 기억하는 법

"책을 읽어도 기억이 안 나요."
이 고민 정말 많이 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근데 책의 모든 내용을 기억할 필요는 없다. 그건 불가능하고, 애초에 목표를 잘못 잡은 거다.

한 권에서 딱 하나만 기억하자는 마인드로 접근하면 달라진다.
이 책에서 내 행동을 바꿀 한 가지가 있다면 뭘까? 그것만 건져 오면 된다.

메모를 굳이 안 해도 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이 나오면 그 페이지 귀퉁이를 접어 놓는다.
  • 다 읽고 나서 접힌 페이지만 다시 훑는다.
  • 그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문장 하나를 떠올린다.

이게 전부다. 노트 앱에 옮겨 적거나 형광펜으로 줄 긋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고, 나한테는 더 잘 남았다.

6. 전자책 vs 종이책 — 직장인에게 현실적인 선택

많이들 고민하는 부분이다. 직접 써 본 결론은 이렇다.

전자책이 나은 상황
- 출퇴근 때 들고 다니기 부담스러울 때
- 자기 전 어두운 데서 읽을 때 (조명 조절 가능)
- 두꺼운 책을 가볍게 들고 다니고 싶을 때

종이책이 나은 상황
- 집중해서 깊이 읽고 싶을 때 (개인적으로는 종이책이 집중력이 더 높았다)
- 메모나 페이지 접기를 자연스럽게 하고 싶을 때
- 책을 소장하고 싶을 때

중요한 건 둘 다 써 보는 거다. 어느 쪽이 더 잘 읽히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출퇴근은 전자책, 집에서는 종이책 이렇게 나눠서 쓰고 있다.

7. 독서 모임의 효과 — 혼자 읽을 때와 다른 점

독서 습관을 만들고 나서 한 가지 더 추가한 게 독서 모임이다.

처음엔 귀찮을 것 같았다. 한 달에 한 번 모여서 책 얘기 하는 게 뭐가 좋냐고.

근데 해 보니 달랐다. 독서 모임에서 생기는 효과는 두 가지다.

① 읽을 이유가 생긴다
모임 전날까지 책을 끝내야 한다는 약간의 압박이 독서 속도를 올려 준다. 혼자 읽을 때는 "나중에 읽지 뭐"가 반복되는데, 모임이 있으면 그게 잘 안 된다.

② 다른 해석을 들을 수 있다
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마다 남는 게 다르다. 내가 그냥 지나쳤던 구절이 누군가에게는 인생 문장이었고, 그 얘기를 들으면서 책을 다시 보게 되는 경험이 있다.

독서 모임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친한 동료 두세 명이랑 점심에 잠깐 얘기 나눠도 된다. 꼭 전문 모임에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니다.

8. 한 달 실천 후기 + 실제로 읽은 책 목록 공개

이 방법들을 적용하고 첫 달, 실제로 읽은 책을 공개한다.

책 제목 읽은 시간대 남은 것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출퇴근 + 취침 전 정체성이 행동을 만든다
《채식주의자》 (소설) 주말 오후 다음 달에도 소설 한 권 넣기로
《역행자》 점심 + 취침 전 경제적 자유에 대한 관점 정리

한 달에 세 권을 읽었다. 목표는 한 권이었는데.
물론 매달 이렇게 읽는 건 아니다. 어떤 달은 한 권도 겨우 읽는다.

중요한 건 한 달을 놓쳤더라도 다음 달에 다시 시작했다는 거다.
독서 습관은 완벽한 스트릭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놓쳤을 때 다시 잡는 능력이다.

1년이 지나고 다이어리 첫 페이지를 다시 꺼냈다. 이번엔 이렇게 썼다.
"올해도 12권. 작년엔 14권 읽었으니 괜찮아."

목표가 현실적이면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으면 어느 날 "나 원래 책 잘 읽어"라고 말하게 된다.

그 날이 오는 게 독서 습관 만들기의 진짜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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